좋은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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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로운 일상좋은글 2020. 3. 26. 10:55
새로운 일상 엘리베이터를 탔다. 습관처럼 버튼에 손이 갔다. 멈칫했다. 접촉을 피하고 싶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. 코로라19가 바꾼 작은 변화다. 전에는 저절로 문이 닫히는 6초를 못 기다렸다. 타자마자 닫힘 버튼에 손이 갔다. 빨리빨리 강박이 몸에 뱄다.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의 단기간 소멸은 어렵다고 했다. 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. 는 문화를 로 개선해야 한다. 그의 말이 두고두고 떠올랐다. 우리는 아파도 직장에 나갔고, 아파도 학교에 보냈다. 나도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. 수술 뒤 쉬어야 하는데, 아파도 출근했다. 미련한 짓이었다. 우리는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. 달라져야 생존한다. 코로나19가 나와 너가 아닌, 와 에 눈뜨게 했다. 나아가 을 절감시켰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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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좋은글 2019. 10. 14. 23:15
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-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깨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 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 깨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빡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토록 강렬하고 집..